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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스컬럼] 필카? 디카? 아날로그? 디지탈?

조회 수 2968 추천 수 130 2004.02.29 03:47:13
나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주변에는 아직 필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있다. 어느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이므로 이러쿵 저러쿵 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는 디지털이고 필름카메라는 아날로그라고 하는 생각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

신호(signal)
신호가 뭐냐? 무언가 뜻을 나타내는 거시기. 그게 신호라고 나는 생각한다. 길거리 신호등의 빨간불, 파란불, 노란불 이거 다 신호다. 그렇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글, 이 글을 구성하고 있는 문자들, 그 문자 하나하나를 이루는 점 이 모든 것이 신호이다. 하다못해 당신이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달려가는 그 행동 자체도 하나의 신호라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현상은 신호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신호지만 디카 얘기로 서두를 장식했으니 디카와 관련된 전기신호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전기신호..전기신호를 느낄 수 있는가? 여러분이 일상 생활에서 가장 임팩트하게 전기신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쇠젓가락을 양손에 한짝씩 쥐고 벽에 나 있는 돼지코(콘센트)에 쿡 찔러넣는 것이다. 220V 혹은 110V의 짜릿한 싸인파 신호를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체험한 신호는 수학적으로 볼 때 주기적으로 위상이 변하는 sin신호이다. 물론 몸이 느끼기에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와 –극이 특정 주기마다 [연속적(Continuous
)]으로 바뀐다.  

Continuous
1과 2가 있다. 1과 2 사이엔 무엇이 있나? 대답해보라. 1.5가 있다? 그래 맞다. 1.5가 있다. 그런데 그뿐인가? 더 없나? 1.1, 1.2 ,1.3 , 1.4……1.1111 1.1112…뭐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끝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한히 세분화 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세분화의 단계가 무한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연속이다. 임의의 구간을 무한히 쪼갤 수 있다면 그 구간은 연속이다. 수학적으로 정의되는 대부분의 신호들은 연속이다. 연속하지 않으려면 임의로 규칙을 만들어 주는 수밖에 없다.
Y = X * B (단 0<X<1, 2<x)
이런식으로 규칙을 정해주면 1이상 2미만의 구간은 구멍이 뻥 뚫리게 되므로 연속하지 않다. 그러나 수학적으로나 그렇지 실제로 완벽하게 이와 같은 신호를 만들어내기는불가능하다.
Analog == Continuous라 할 수 있다.

Discrete
벽걸이 시계를 한번 보라(디지털 시계말고) 숫자가 있고 숫자들 사이에는 10개의 눈금이 있다. 시계바늘은 눈금들을 가리킨다. 잘 만들어진 시계라면 각 눈금들만을 가리키고 눈금과 눈금 사이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시계의 바늘이 나타내는 것은 신호이다. 현재 시각을 알리는 신호. 이 신호는 0부터 12까지의 숫자와 각 숫자들 사이의 10칸짜리 눈금을 가리키는 discrete 신호이다. 물론 실제로는 10칸짜리 눈금뿐만 아니라 눈금들 사이도 지나가게 되므로 시계 바늘 자체의 궤적으로 볼때는 Continuous 신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 필요한게 그 10칸짜리 눈금 뿐이기에 눈에 보이기는 10칸만 가리키게 해놓은 것이다. 이것이 연속신호를 조작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불연속(Discrete) 신호이다.
바늘이 눈금을 가리키는 방식이 아닌 LED가 숫자를 표시해주는 방식의 시계라면 사람 눈에 더 확실하게 불연속 신호로 보일것이다.

Digital
다시 디지털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디지털 자체는 숫자를 사용하는 거시기 정도가 원래 뜻이지만 통상 요새 사용하는 의미로는 0과 1의 두 가지 신호만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디지털은 결국 신호를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일 뿐이지 Continuous나 Discrete은 아니다. 0과 1로 현존하는 숫자 자체는 몽땅 다 표현할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드는 기계에선 무한한 정밀도를 구현하는건 불가능하다. 때문에 Continuous신호를 디지털로 처리하기 위해선 필요한만큼의 정밀도의 Discrete신호로 먼저 바꾸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디카와 필카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신호를 표시하는 물건중에..사람이 만든 신호를 표시하는 물건중에 Continuous하게 신호를 표시해줄 수 있는 물건이 존재하는가?
아마 찾아보면 꽤 있을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선 거의 없다.
종이에다 연필로 슥슥 뭔가를 쓰거나 그릴 때 많은 이들이 Continuous한 신호를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그러나 열라리 확대해보면 결국 모니터 화면과 마찬가지로 픽셀로 이루어져 있고 정밀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이를 이루는 분자들의 개수에 한계가 있고 흑연 분자들의 개수에 한계가 있기에 결국 해상도는 정해질수밖에 없다.굳이 분자레벨까지 안가도 종이와 연필이 꽤 저해상도라는 것 쯤은 대충 끄적거려보면 그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네모지게 생긴 당신의 책상 모서리 조차도 Continuous하지 못하다. 언급했듯 분자의 개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학적인 선분은 나올 수가 없다. 정밀도가 꽤 높은 Discrete 신호일 뿐 이다.

필름도 마찬가지다.
필름의 해상도가 무한이거나 거의 무한쯤 된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다. 뭐..해상도가 꽤 높은지 어쩐지는 내가 공정을 안봐서 모르겠다.(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저해상도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물체도 정해진 공간 안에 입자가 무한히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벗어날 수 없다. 필름 아니라 필름 할아버지가 와도, 필름에 열광하는 누가 달려와도 그 사실을 벗어날 순 없다.
그러니 필름 해상도의 한계는 명백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점에 있어선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나 필름 카메라의 필름이나 결국 Discrete 신호를 저장하는 매체일 뿐이란 거다.
차이점은 디카쪽이 Discrete신호를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서 저장한다는 것 뿐이다. 디지털 신호로 변환할 때 손실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메이커에서 어떻게 만드냐에 달린거지만 Continuous가 Discrete신호로 바뀔 때 손실이 일어나는것이지 Discrete신호가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뀐다고 손실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jpeg압축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인간이 있으면 패 죽여버리겠다. 그게 논점이 아니니까) 언급했듯이 0과 1의 2진수만 가지고도 세상 모든 숫자를 표현할 수 있다. 10진법이냐 2진법이냐 100진법이냐 표현 방법의 차이일 뿐이지 결국 똑 같은 거다.
필름도 Continuous신호(원래 피사체의 이미지)가 손상되어 저장되는데 필름에 감광되어 Discrete신호로 바뀔 때이다.
필름과 디지털 센서 양쪽 모두 해상도를 높이면 원래의 Continuous신호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현재 기술발전 추이로 볼 때 디지털 센서 쪽은 앞으로도 해상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필름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디지털의 경우 대략 2년 정도면 해상도가 두 배쯤 뛰는 것 같은데 필름은 2년 지난다고 필름의 해상도가 바뀌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다소 어거지 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내 글재주가 없는 탓이지 내용상 크게 틀린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디지털 우월론자이다. 어차피 사람이 만든 매체는 거의 모든 것이 Discrete 신호로만 저장할 수 있고, Discrete신호를 다루는데 있어 일반인들이 아날로그라고 생각하는 방식보다 디지털로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휴직하고 놀고 먹게되니 별놈의 글을 다 쓰게 되는군..--;

댓글 '4'

soultwin

2004.03.02 17:47:44
*.161.92.147

유식해 보이우..
맨날 컴터 프로그램이나 지지고 볶는줄 알았드만 딴 생각도 하시고 사시는구랴..

無名

2004.03.06 17:49:48
*.219.107.112

휴직.... 복학하셨나요?

여치

2004.03.06 20:21:05
*.207.75.99

복학은 작년에 했죠. 한달간 쉬기로 하고 쉬고 있습니다.

폴리

2004.03.30 16:30:39
*.248.26.102

두분의 글은 잘 읽었습니다...제 생각에는 디지털의 반대개념으로 아날로그라는 개념을 대입하는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필름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나 매체의 차이일뿐 구분을 짓자면 얼만큼 디지털화 되어있는지로 구분하는게 낳을것 같다고 생각합니다...필름에도 입자는 있습니다...입자의 한계로 보다 더 정밀한 필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그것의 한계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했죠...결국 매체의 차이일뿐 그들이 극복하고자 한건 정밀성입니다...결국 뒤집어 말하면 필름이라는 매체도 덜정형화된 디지털입니다..지금 디지털카메라로 부르는 카메라도 알고보면 덜정형화된 디지털이죠..말씀하신대로 뉴런의 전달체제는 일방적이고 큰반응에 작은반응은 사라져버리는 디지털방식이지만...그렇다고 해서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차이가 없지는 않습니다...차이가 없었다면 선명한 사진...뚜렷한 색감자체도 필요없겠죠...적어도 입자가 거치네 부드럽네 정도는 확대를 하지않아도 사진에서 구분이 가고 색감문제도 시신경이 색의 정밀도를 어디까지 구별할수 있는 영역의 기준을 정하는게 중요하겠지만....인간이 표현하고 있다면 이미 색의 정밀도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이고 더욱 발전하고 결국 디지털화 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겁니다...카메라도 결국 인간의 눈이 받아드리는 똑같은 이미지를 향해 더욱 발전해 갈겁니다....어쩌면 전류가 흐르고 있는 가장 디지털적인 인간을 향해 물건들이 발전하고 있을겁니다...그렇다면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아날로그는 무엇인지...성리설에 나오는 성선설과 성오설에 대해 서양의 이분법을 대입하는것처럼 이상하긴 하지만 선을 긋자면 인간이 만들수 없는게 아날로그입니다....예측할수 없는 형태의 것이 아날로그죠...태양같은...마지막에 서술하신대로 아날로그는 매체가 아닌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진정한 아날로그일겁니다...현상에 대한 느낌...높은보존성(본인들이 쉽게 찍고 쉽게 버리기 때문이지 디지털이라도 신중하게 찍고 오래 간직할수 있습니다)등...규정지을수 없는 향수나 느낌...이런 예측할수 없는것이 아날로그죠. 마지막으로 저도 개인적인 생각을 적자면 필름이나 디지털이 중요한건 아닙니다...단지 사람들중에 디지털을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필름도 인정을 못받는겁니다...칼라필름이 처음 등장하던 시절...흑백사진이 아닌 것으로는 예술을 어떻게 하냐고 했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익숙한 매체만 쓰면서 창작을 한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한번쯤은 생각해 볼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글이 너무 옆으로 샛던것 같네요
저도 나름대로 생각하던 글이라 몇자 적어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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