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만에 이 홈피에 들어와 보네요. 사실 몇년전 하드백업 자료를 열어보다 이 사이트의 즐겨찾기가 있는 걸 봤습니다. 그때도 아주 인상깊게 사이트를 들여다 봤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느낌으로 이 홈피를 보게 되네요.
그때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때였고, 지금은 이제 대학졸업을 몇달 앞으로 앞두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졸업이 좀 늦어 졌네요.
대학 2학년때부터 시작한 게임공부가 아직도 계속되는 걸 보면 그동안 참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습니다. 이번에 GPG5권을 받아드니 피식 웃음도 나구요.
솔직히 예전에 여치님의 홈페이지에 들어왔을때만 해도 게임공부밖에 모르던 때여서 타고난 승부욕에 따른 경쟁심이 들었습니다. 그 만큼 제게는 인상깊으신 분이셨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얼마전에 여자친구도 생기고, 그동안 하던 게임제작동아리 활동도 접고, 출간된 게임책을 모두 수집하는 버릇도 버리고, 세상의 모든 프로그래밍 지식을 알아버리고 말겠다는 자신감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만큼 나이가 먹은 것일까요? 그동안 대작게임들의 기술적인 부분들만 구현해 보며 이런저런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지만 제대로 된 게임하나 못 만들어보았기 때문에 여치님의 홈페이지에 몇년만에 들어와서 어떤 상실감 때문에 쉽게 잠을 못이루고 있습니다.
몇달뒤면 저는 삼성전자 아마도 통신연구소에서 일하게 될 것같습니다. 그동안 집에도 안들어오고 미친척 몸망가져 가며 공부만 하던 절 믿고 바라바 주시는 부모님과 나이가 먹어가면서 이뻐보이기 시작하는 아가씨들이 이런 변화의 큰 원인이겠지요.
여치님과 저는 다른 사람이지만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여치님은 무도쪽이시지만 저는 주로 농구나 축구를 통해서 자신을 증명하고 날아오르려고 했으니깐요. 물론 저도 격투기도 좋아합니다.(부끄럽지만) 하지만 여치님과 저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여치님은 만들었고 저는 만들지 못했다는 겁니다. 물론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저는 지방의 학교에서 혼자 고립된채 작업을 한것이었고 여치님은 개발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거였겠지요. 그래도 지금 제가 느끼는 몇년전에 여치님의 글에 건방진 글을 남기고 사라졌던 그날의 모습을 상기하며 제가 느끼는 이 부끄러움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프로그래밍 이외에도 많이 배우고 공부하였지만, 최근 1년동안 많이 방황하였습니다. 고시도 준비해 보았고, 결국 전공을 살려 대기업에 입사를 결정하기까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여치님은 제 마음을 이해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꺽을때의 그 굴욕감과 상실감을요.
오늘 이 홈페이지에 다시와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약해져 있는 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회사에 가기 전까지 해야할 일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완료하고 동시에 게임회사들에 입사지원서들을 낼 겁니다.
얼마전에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와 후배들을 만났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친구도 있고 전산장교를 하는 후배도 있었고, 정말 뛰어난 프로그래머 후배들도 있었죠. 제게 진지하게 이야기 하더군요. '형, 다시 같이 게임 만들래요?'그 순간 항상 무기력하기만 했던 요즘 저에게서 어떤 다른 확신같은게 들었습니다. 지금 서로가 어떤 길을 가고 있더라도 결국은 함께 꿈꾸던 그 곳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을요. 이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제 스스로도 놀랍네요.
몇시간뒤면 저보다 먼저 같은 회사에 들어가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야 합니다.^^ 머리속이 복잡하네요. 아참 이말을 하려고 처음 글을 쓸곳을 찾았었는데.. '감사합니다. 여전히 살아계셔서요'. 앞으로 보다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찾아 뵐 때까지 그 열정을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언젠가 꼭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