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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색칠을 하면서 느끼는것

조회 수 1624 추천 수 56 2005.12.12 03:15:08




세일러 마스를 만들기 시작한지 한달이 넘었다.

원래 새 직장에 출근하기 전에 다 쇼부를 칠 생각이었다.

근데 계속 늦어졌다.

왜냐...

재도색,재도색, 재도색...끝이 없다.

현재는 얼굴과 머리카락 정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거 엄청 중노동이다. 손이 엄청 많이 간다. 절차도 복잡하고 세밀한 작업도 많다. 지난 주말에는 얼굴을 재도색 했다. 락카 신너에 5번쯤 담갔다 뺐다. 즉 밑칠 작업만 5번쯤 다시했다.

드디어 오늘 만족할만큼 밑칠을 하고 진짜 손떨리는 작업(손떨리면 망한다) 눈 마스킹까지 끝내고 얼굴 기본 칠을 했다.

아싸..만족할만하다. 이제 에나멜로 눈을 그리면 된다. 그리기 전에 에나멜로 칠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할수 있도록 슈퍼클리어로 코팅을 했다.

tv보고 와서 보니 입가에 보일랑말랑한 먼지가 하나 붙어있었다. 어허.이런.
슈퍼클리어 뿌릴때 같이 들러붙었나보다.
이걸 어쩌나. 일단은 코팅제가 확실히 굳으면 2000번 사포로 살살 문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슈퍼클리어를 좀 두껍게 칠한 탓에 언제 마를까 계속 신경쓰고 있었다. 웬만큼 말랐다고 생각해서 사포로 건드리는 순간.

헉.

도료 피막이 같이 들려버렸다. 으. 내 이럴줄 알았어. 마음 속에선 '아직 아니야'라고 분명 외치고 있었다.그러나 내 급한 성질이 더 참지 못했던거다.

아 ..충분히 말리기만 했어도.

아니면 차라리 그냥 놔뒀으면...

그래.오늘도 똑같은 교훈을 또 얻었다.

-때가 될때까지 기다리자.-

모양한테 색칠하는 피겨를 보여줬더니

'진국 오따꾸가 되어가시는군요.'

라고 하더라.

썩 즐겁진 않은 얘기다. 글쎄 내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좋아해서 이러고 있다고 봐도 틀리진 않다. 하지만 내 시간당 인건비로 따지면 돈주고 제작의뢰하면 훨씬 쉽고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너 냄새 맡으며 이 짓거리를 하는건 이유가 있다.

한번 손을 댔으니 끝을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접 만들면서 스킬을 쌓고 싶은거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플루토와 지금 거의 완성해가는 마스를 만들면서 많이 능숙해졌다.

아직도 삽질에 삽질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아트 나이프로 눈알 마스킹 테잎 따내는것과 메어브러쉬로 부분도색하는 요령은 상당히 늘은듯하다. 남들 못하는 재주 하나를 더 가지게 됐잖아?

그리고....

중요한 교훈 두 가지를 매번 느끼게 된다.

1. 때가 될때까지 기다리자(도료나 마감제는 확실히 마를때까지 기다리자.접착제까지도..)

2. 작은 티를 제거하려고 무모한 짓을 하지 말자.전체를 망친다. (오늘같은 경우 수도 없이 많았다.)

이거 생각보다 인생 공부 된다.

내가 피규어 만들고 있다고 이상하게 보지 마라. 일견 서예와 무술 수련과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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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미지는 먼지 제거하느라 날리기 전 얼굴 기본 칠 완료 상태

두번째 이미지는 얼굴 재도색 들어가기 전 지난주에 연습삼아 대충 칠해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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