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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서울 공연에 다녀왔다.
2010년 경희대 콘서트 이후로 두 번때.
토막토막 기억나는 내용으로 후기를 좀 적어본다.
이번 공연에선 한국을 배려한 구성이 좀 있었다. 나름 신경 많이 썼다고 느꼈다.
2010년 공연은 최초의 한국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지역화(?) 노력은 없었던것 같다. 그 당시엔 한국공연이 성공할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을테니까.
2010년 공연에서 30,40대 아저씨,아줌마팬들이 10대 빠순이들만큼 엄청나게 호응을 해줘서 안전지대측에서도 꽤 놀랐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국 공연에도 신경을 쓴 모양이다.
2010년에 공연에 비해 관객 수는 확실히 늘었는데 관중들의 열기는 그때만은 못하다고 느꼈다. floor석 외에는 그렇게까지 반응이 뜨겁진 않았던듯.
뭐 3년전 공연에선 20년동안 공연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덜 유명한 곡과 신곡이 좀 포함되어서 그랬을수도.
첫 공연때도 느꼈지만 타마키 코지 아저씨 외에 밴드멤버들이 진짜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보컬이 대부분의 영광을 다 가져가는데 30년간이나 조역의 위치를 지킨다는게 쉽지 않았을것이다. 각 멤버들의 개인 연주를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고 대단히 훌륭했다. 악기는 다루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50대 아저씨들의 연주라곤 믿기지 않을만큼 열정적이고 멋진 연주였다.
같은날 올림픽공원 다른 홀에서 조용필씨 공연이 있었다. 타마키코지 형님이 조용필씨가 꽃을 보냈다고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Friend를 부르고 나서 관객들에게 아이유?, 아이유? (아이유 알지? 라는 뉘앙스로) 하더니 "마이 걸 프렌드" 라고 해서 사람들이 웃었다.
아이유 일본 공연때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타마키코지라고 하면서 Friend를 불렀었다. 타마키코지가 나중에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긴 했는데 한국 공연에서 이렇게 답례를 하는구나.
타마키코지 목소리가 젊은 시절만큼 청아하진 않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창법도 좀 바뀌기도 했고.
다행히 생각보단 훨씬 맑은 목소리로 열창을 해줬다.
젊은 시절 창법과 완전 바뀐 창법의 중간정도의 스타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목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좀 센 곡들이 대부분이어서 공연 끝날때까지 유지가 되려나 했는데 끝까지 잘 달렸다.
그간 일으킨 스캔들이나 또라이짓을 감안하면 음악적 재능은 가히 천재라고 생각한다. 타마키코지 형님을 보면 예술장르는 노력 백날 해봐야 천재 못따라간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타고나야 하는거다 싶다.
어차피 정해진 연출이긴 하지만 앵콜곡이 있었다.
2010년 공연에선 관객들이 아무리 '앵콜'을 외쳐도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었다.
"안돼!. 20년을 기다린 공연이야!"라고 외쳤던 어느 아저씨가 기억난다.
하여간 이번엔 앵콜곡이 있었다. 앵콜곡 부르러 나올때 무대 연출도 꽤 괜찮았다.
바이바이~ 하고 아저씨들 무대 뒤로 사라질때 뒤돌아보니 2층쪽 자리에선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좀 있던데. 나중에 다시 들어왔을까.
하여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앵콜곡으로 じれったい를 불러줬다. 역시 한국에서 유명한 곡이라 관중들 광분!
예상대로 마지막곡은 悲しみにさよなら로 장식. 악기 다 놓고 전 멤버들 어깨동무하고 무반주로 관객들과 합창하면서 공연 끝. 2010년 공연과 동일한 엔딩이었다.
공연중 들었던 신곡 몇 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로비에서 CD를 팔고 있어서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대부분 곡이 맘에 들어서 만족.
이 공연의 진짜 멋진 점은 늙어버린 뮤지션과 늙어버린 팬들이 만들어낸 공연이란 것이다. 50대 뮤지션과 30,40대 팬들이었지만 젊은 사람들 공연 이상으로 열정적인 무대였다.
안전지대를 잘 모르는 걸로 보이는 이쁘장한 20대 처자들도 있었는데(아마도 연예인 지망인데 사장따라 왔을듯...늙은 남친 따라왔거나...) 공연 끝나고 나갈때 보니 굉장히 감격한 표정이었다.
멋진 공연이었다.
3년 안에 꼭 다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후에도 60대의 안전지대와 40대의 팬으로서도 꼭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