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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회사 영화보는 날 드디어 '하루히의 소실'을 관람했습니다.
혼자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기쁘게도(사정이야 어찌됐든) 우리팀 전원이 함께 보게 되어서 특히 좋았습니다. 다만 저만큼 감명깊에 본 이는 없는것 같아 약간 유감입니다.
영화 평을 하기에 앞서 잠깐 히스토리를 읊어보자면...
2006년도에 하루히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1화를 보고 대단히 충격을 받았죠.
작화 수준이 상당했고, 미쿠루가 매우 아름다웠고, 게다가 바니걸~ 깨는 설정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몇 편인가 더 보게 된 후에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원작 소설을 놓고 볼때, 솔직히 말해서 매우 앞뒤가 안맞고 유치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루히 시리즈의 팬이 된 것은 순전히 교토애니의 뛰어난 작화능력과 센스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내용 가지고 어떻게 그리 감칠맛나게 만들 수 있는지, 몇 번이고 보면 볼수록 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요소들이 튀어나오더군요.
결국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않은 내용이 궁금해서 소설까지 찾아봤습니다.
소설로 읽었을때 가장 흥미롭게 읽은 편은 '설산증후군'이었는데 가장 SF적인 요소가 강한 탓이었던것 같습니다. 어차피 앞뒤 안맞는 SF지만 그래도 흥미롭더군요.
많은 나가토팬들이 수작으로 꼽는 '소실'편은 그닥...워낙 정신사납게 시간이동이 많고 그 시간이동에 대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캐자면 말 되는걸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라서요.
게다가 부끄럼버젼의 나가토에도 그닥 흥미가 없고.
바로 그 재미없게 읽은 '소실'편이 애니메이션화, 그것도 무려 극장판으로 개봉했습니다.
스토리 자체에 크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교토 애니이기 때문에 작화와 센스면에서 소설의 재미를 100만배쯤 증폭시켜주리라 믿어의심치 않았습니다.
일본 개봉 당시에 일본에 가서 관람할까 진지하게 생각도 했었는데 확실히 여건이 무리인지라 포기. 블루레이 디스크가 나오면 구입하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한국에서도 극장개봉을 한 것이지요.
우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내용을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이건 어찌할 수가 없네요. 교토 애니에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하루히팬을 위한 애니가 아닌 일반인 대상의 애니였다면 '소실'편이 아닌 '우울'편을 극장판으로 만들었어야 했겠지요.
작화부분에서 특히 배경의 섬세함에 대해서는 원작을 잘 모르는 우리 팀원들 조차도 극찬할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교토 애니의 퀄리티는 워낙 정평이 나 있기에 캐릭터 부분에선 크게 더 좋아질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배경에선 과연 극장용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루레이 디스크가 출시된다면 후반부를 몇 번이고 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배경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캐릭터 작화나 에니메이션의 섬세함도 꽤 훌륭했습니다. TV판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극장판이라 확실히 신경을 더 많이 썼더군요.
스토리 라인은 기본적으로 소설과 같습니다.
TV판에서도 나가토가 쿈에 대해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복선을 일정 깔고 있었습니다만, 유쾌한 SF학원물의 분위기가 강해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죠. 소설의 '소실'편에서 이 부분을 대놓고 부각시켰는데 소설을 읽을때도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평이한데 비해 애니에선 나가토의 감정묘사에 절박함마저 느낄 정도로 완급 조절에 신경썼습니다. 후반쯤 가니까 정말로 나가토의 마음이 이해되는 기분이더군요.
'소실'편 극장판을 보고나서 처음으로 나가토유키라는 캐릭터가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네요.
저도 나가토 팬이지만 '공돌이와 말이 통할법한 만능소녀'라는 이미지로 좋아하는 캐릭이었는데 극장판에선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터로 와 닿았습니다.
많은 나가토 팬들이 부끄러움을 타는 나가토를 보고 모에하다고 느낀 것 같은데 제 경우는 후반부에서 쿈에게 고맙다고 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스텝롤이 올라간 후 짧은 보너스 영상에서 굉장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게 대여카드를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웃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표정을 책으로 가리는 모습이 귀엽달까. 애달프달까. 진짜로 여운이 남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보너스 영상 때문이 아니라도 치하라 미노리 씨의 엔딩곡을 듣기 위해서라도 스텝롤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습니다.
사실 이번 극장판은 전혀 하루히 애니 스럽지 않은 하루히 애니였다고 느꼈습니다. 하루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한편의 일본 멜로물 영화를 본 기분이랄까.
유쾌한 SF학원물의 하루히 애니도 좋지만,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이런 하루히 애니도 좋네요.
인터넷 상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굉장한 수작이었다 평하고 싶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소실편 극장판 이미지를 첨부할까 하다가 퍼서 올리는건 취향이 아닌지라...
요 근래 구입한 하루히 화보집에서 몇 장 찍어서 올립니다.
아 개인적으로 아사쿠라 료코 너무 좋습니다. 정말 이런 여자애가 현실에 있다면 인기 짱이겠죠. 어찌보면 아사쿠라 료코도 피해자...
下土양반껀 저번에 보니 문닫은거 같은데. 쥔장도 버린 홈피. ㅎㄷㄷㄷ
아사쿠라 정도의 요리짱이면 결혼도 한다~ ㅋㅋ
이제 자유인이라고 소식들었다. 언제 밥이나 먹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