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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조회 수 1843 추천 수 61 2009.11.29 00:57:47
작년 10월말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긴지 1년하고 한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당시 무척 힘들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익숙해졌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그 여파는 가시지 않았지만 언젠간 깔끔하게 해결되겠죠.

그 이후로 딱히 즐거운 일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프로젝트완료-게임출시' 이 목표만 보고 죽도록 뛰어왔습니다.

정말 1년이 후딱 갔네요.

이제 슬슬 골인점이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멀지만 적어도 골인 지점이 어딘지는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뢰는 여기저기 있더군요.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지네요.

작년 집안 일 이후로 다시 한번 '힘들다' 라고 느꼈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사랑하는 사람과 완전히 이별하는 것을 제외하고 '힘들다'라고 말하는건 사치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요새는 '힘들다'라고 느낍니다.

내 편은 아무도 없습니다. 집에서 잠자는 순간을 빼고 모든 것을 일에 투자했는데 그 일마저 배신했고 이제 주변에 내 편은 아무도 없는것 같습니다.

요 근래 몇 년간 적지 않은 수의 소프트웨어공학, 개발 방법론 서적들을 읽어왔지만 이제는 읽고 싶지 않습니다.

다 맞는 말이고 공감하고 그렇게 하려고 애써왔지만 게임업계에선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제게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합니다. 그래서 읽고 싶지 않습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라든가...아마 그런 업계에서 일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인정받고 더 실적을 올리고 마음도 편했을거라 생각합니다.

게임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해서는 안해본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모든걸 다 버리고 이제 새로 시작해야하는 때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년 중순 이후로 다른 업계로의 이직 시나리오를 조금씩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앞날에 대해서 불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가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차는 남은게 없으니 무급으로라도 좀 쉬어야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네요.


댓글 '4'

kjmgo

2009.12.01 00:11:06
*.186.138.144

그저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힘내세요.
누군가는 알아 주고 있을 겁니다.

글빛

2009.12.01 02:30:10
*.225.32.149

답답해서 책을 읽고 싶지 않다는 말 슬프네요.

여치

2009.12.01 02:58:41
*.176.255.2

kjmgo / 감사합니다.

여치

2009.12.01 02:58:53
*.176.255.2

글빛 / 저도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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