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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리더의 넋두리

조회 수 2262 추천 수 48 2009.06.07 02:57:18
사업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여 별 거지같은 제품가지고 큰 돈을 버는 경우도 더러 있다.

큰 돈을 번다고 해서 기업문화, 기술, 프로세스가 돈만큼 크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후에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는 한다.

그러나 돈을 들여도 분명 단시간 내에 기업문화,기술, 프로세스가 확립되지는 않는다.

많은 기업이 돈을 벌면(혹은 남의 돈이 유입되면) 돈만큼 스스로가 이러한 요소들까지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벌이고 목표를 크게 잡는다.

슬리퍼를 엄청나게 팔아서 돈을 번 회사가 우주개발하겠다고 뛰어드는 격이랄까.

더 이쁜 슬리퍼를 만들어서 돈을 더 벌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수익금으로 땅투기를 하면 돈을 더 벌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슬리퍼 회사가 우주개발을 하면 망하는건 당연지사.

비유가 많이 과장되어있고 비약이 심하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일뿐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하고 할 수 있다라고 자기 취면을 거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조금 더 근접한 비유를 들어볼까.

웹 컨텐츠로 큰 돈을 번 회사가 os를 만들겠다고 설치는 격이다.

이렇게 해서 성공한 케이스는 '한건도' 못봤다.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 무리한 목표를 설정해놓고

'우리는 할 수 있다. 뭐 할수 없다고? 이 나약한 녀석!'

이렇게 말하는 경영자, 관리자는 우리나라의 게임업계 말고도 외국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마인드를 '해병대정신'이라고 부른다.

'죽음의행진'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경우는 '자살프로젝트'가 되므로 빨리 하차라하고 쓰여져 있다.

나는 예전에 일할때도 지금의 팀을 만들때도, 팀을 꾸려오는 과정에서도, 지금도 이 프로젝트가 자살 프로젝트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 내가 할 수 있는 선, 그러면서도 내가 받은 월급과 이 팀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선에서의 최선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2년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내가 느끼는 기분은 씁쓸하기만 하다.

자살 프로젝트가 되지 않기 위해, 혹은 경영자한테서 개발비만 받아먹고 날라버리는 사기꾼 프로젝트가 되지 않기 위해 밤을 낮삼아 일해왔지만 평가는 차갑기 그지없다.

나약하고 목표의식 약한, 사람들 관리 못하는 그런 리더이일 뿐이다.

안짤리고 버티고 있는건 내 프로그래밍 실력 덕분이니 이걸 감사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

이전에 토마토스튜디오시절, NHN Games시절 개발방식에 대해선 많은 후회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내 개발방식,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후회한 적 없다.

나는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한다고 하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자살 프로젝트를 원한다고 하면, 난 일체의 미련도 없다.

어차피.

색칠공부하듯, 그렇게 스킨 바꿔서 쓱싹 게임 내놓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해놓으면, 또 어줍잖은 놈들이 영웅 되고 난 뒷전으로 밀려나겠지.

내가 게임 바닥이 지긋지긋 한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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