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chi's Developmen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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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무척 바빴습니다.
아시는 분 다 아시는대로 알파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언제고 사표를 던질 마음의 준비가 완료된지는 꽤 됐습니다. 다만 죽어도 이번테스트까지는 끝내고 싶었습니다.
제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치고는 가장 많이 왔고, 그래서 더더욱 이번 테스트까지는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싶었습니다.
올해 말까지 몇 번의 마일스톤이 잡혀있습니다. '다음 테스트까지만 참자...', '다음 테스트까지만 참자...','다음 테스트까지만 참자...'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제 역할이 끝날때까지 참아볼 생각입니다.
여전히 회사는 '미치도록' 싫습니다.
윗사람들도 '미치도록' 싫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싫은건 아니지만 감정의 앙금은 남아있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 해도 감정의 앙금은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위해서 뭉쳤고 프로젝트를 완료할 때까지 협력합니다.
2010년이 되었지만 희망차게 시작한다..라는 느낌보다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연말의 몇 일이 사라져버려서 너무나 아쉬운 느낌입니다.
정말로 아쉽습니다.
출근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또 절 미치게 만드는군요.
연말의 연휴를 잘 쉬었으면 좋았을텐데, 71개의 크래시 덤프중에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버그 몇 개를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서 이틀 밤을 날려버렸습니다.
샹.. 회사에 충성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치도 없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털끝만치도 없는데 내가 짠 코드에 버그가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쪽팔리고 열받게 합니다.
야밤에 혼자 디버깅하고 있으면, 다른 인간들이 다 나한테 묻어간다고 느끼는건 제가 성질이 개같아서 일까요? 아니면 모든(당나귀마냥 짐을 잔뜩 짊어진) 프로그래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걸까요?
하여간 이틀밤을 꼬박 샜는데 미니덤프만으로는 원인을 완전히 분석하는게 불가능하더군요. 게다가 사무실에선 죽어도 재현이 안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windbg사용에 꽤 능숙해졌고 코드의 헛점을 보수했다는 정도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번 알파테스트때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길 바래야죠.
친구가 선물해준 스티브잡스의 일대기(?)라 할 수 있는 ICON 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국내 컴퓨터 잡지에서 줄창 영웅으로 추대해대던 89,90년에도 잡스를 별로 좋아한 기억은 없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때도 엔지니어가 아닌, 엔지니어 등쳐먹는 사업가는 싫어했나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건데 역시 '개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나쁜놈입니다.
잡스 추종자들은 입에 거품을 물겠지만 정말로 '나.쁜.놈'입니다.
탁월한 사기수완과 안목은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나쁜놈입니다.
문을 걷어차고 팀원들에게 폭언을 해대도 직접 커널코드를 작성한 데이빗 커틀러 같은 사람이 진짜 영웅이죠.
인간같지 않다는 소릴 들어도 없던걸 '직접 코드를 짜서' 만들어내고 지금까지도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는 죤 카멕이 진짜 영웅이죠.
저같은 쟁이한텐 그렇습니다.
하여간 앞으로 이 짓거리를 얼마나 더 할지 모르겠지만 스티브잡스같은 나쁜 파트너는 만나지 않기를 기도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푸쉬업2010번의 여파로 삭신이 쑤시기 시작하는데 몇 일은 쉬어주고 수련을 재개해야겠습니다.
푸쉬업하는 중간중간 발차기를 해봤는데 하던건 다 되더군요.한 차기당 10만번은 넘게 찼으니까 몸이 쉽게 잊지는 않나봅니다.
요새 들어 무척 외롭다고 느낍니다.
여자가 없어서 외로운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외롭죠. 다만 마음을 비운지는 꽤 되었기 때문에 여자 없어 우울해하진 않습니다.
그보다는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외롭습니다.
직장생활 초기 5년간은 회사에 있는 시간이 즐거울 정도로 대화가 통하는 회사동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회사는 일하는 장소일 뿐입니다.
모뎀시절의 커뮤니티는 다 박살났고 친구들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니 진짜 대화할 사람이 없습니다.
주말마다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몇 개월에 한번 만나는 고교시절 오락실멤버들 외에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뭐 세상이 나한테 맞춰주진 않으니까...내가 세상에 맞출 수 밖에 없겠지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기도 하고 나중에 굶어죽고 싶지는 않아서 국내저자가 집필한 드라이버개발 관련 서적을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시간도 좀 있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우주를 정복하고도 남을만큼의 프로그래밍열정이 있던 시절에 이런 훌륭한 책이 나왔더라면 지금쯤 드라이버프로그래밍계의 스타가 되어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농담이고요.. 그만큼 책이 훌륭합니다. 정말로 저자한테 감사의 메일을 보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런 훌륭한 책이 진작에 나왔더라면...내가 지금 게임업계에서 고민때리고 있지 않아도 되잖아요.
프로젝트에서 역할을 다 끝낼때까진 커널모드 프로그래밍을 할 여력은 없을테니 6개월 이내로는 드라이버 관련 결과물을 내놓진 못할 것 같습니다.
요 근래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던거 같은데 기억이 안납니다. 생각나면 더 쓰도록 하죠.
구입한지 1년도 더 된 '건버스터1 톱을 노려라!'의 타카야 노리코양의 피규어 사진을 한장 올립니다.
회사에 정떨어진 이유로는 SLR카메라는 사무실에 가져가지 않게 되네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