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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의 인생중에서 90년대가 제게는 가장 즐거운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당시에도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도 분명 있었지만요.
제 10대 시절은 PC통신과 함께였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를 배워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많은 오프모임을 나갔지만 그 중에 꽤 기억에 남는 모임이 하이텔 Paradise of MSX동호회, 약칭 파라동 모임이었습니다.
1년에 한번씩 하는 파라동 페스티발은 물론이고 수시로 비공식적으로 모이는 대학로쪽 모임도 무척 재미있었지요.
MSX라는 기기 특성상, 동호회에 꽤 대단한 능력을 가지신 분들도 많았고요.
공학도를 희망하는 저로서는 신기한 물건, 신기한 기술을 많이 접해볼 수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 컴퓨터를 만들면서 자주 참석했던 홈브류 모임과도 약간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92년 겨울 한국PC통신 본사 건물에서의 MSX 윈터 페스티발과 93년 겨울에 있었던 파라동 크리스마스 파티는 지금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네요. 크리스마스 파티때는 사무실을 빌려서 MSX와 여러가지 게임을 가져다 놓고 그 자리에서 김밥을 말아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요.
생각해보면 그런 즐거운 모임들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가 PC통신이 충분히 대중화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3대통신망-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를 다 합쳐도 PC통신 인구는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로 몰리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워낙 좁은 바닥이라 서로서로 잘 알고 지냈지요. 사용하는 통신서비스가 달라도 하이텔에서도 천리안의 누구님 하면 알고 천리안에서도 하이텔의 누구님 하면 아는 정도였습니다.
PC통신이 사라지고 인터넷 시대가 된 지금은 인터넷 사용하지 않는 사람 찾는게 어렵습니다.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사용합니다. 온라인 세계는 너무 방대해져서 더 이상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커뮤니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시절은 사실 10년전에 끝났습니다.
저같은 사람으로선 매우 씁쓸한 일이죠.
몇 년 전부터 과거 하이텔 파라동 모임 비슷한(그보다는 조금 규모가 더 작겠지만) 모임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6명 정도 모일 수 있다면 미팅룸같은걸 빌려서 관심사를 논하는 것이지요. 레트로 장비(msx,오래된 미디모듈,DOS머신등)나 현재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프로젝트를 보여주고 의견을 주고 받으면 재미있을것 같습니다.
재미도 있고 자기계발에도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래저래 모임 장소도 찾아보고 비용도 생각해봤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참가인원이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것인데요.
이거 암울합니다. 제 주변에 대충 떠올려봐도 3분 이상 모이긴 힘들것 같습니다.
전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 말이죠.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을 찾기는 어려울까요?
쉬는 기간동안 시험삼아 무리하게라도 한번 진행해볼까 생각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저 혼자 미팅룸을 빌려서 코딩이나 하게 되겠지만요.
혹시 저와 뜻을 같이할 분이 계실까요?
애플쪽은 옛날 분들이 이 곳에 모여계시더군요. http://cafe.naver.com/appleii
사이코월드 그립습니다. 어디서 중고 X-II 를 구해서 갖고 놀고 싶습니다. 아..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