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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것...

조회 수 1261 추천 수 23 2003.04.03 01:16:59
요 근래 몇일간 팀리더쉽 교육을 받고 왔다.
생산성본부에서 실시하는 교육이다.두당 37만원짜리다.

약 두달전....
p:여치 관리자 교육좀 받을껴?
y:그러죠.
p:팀리더쉽이랑 뭐랑(기억이 잘 안남)있는데 뭐 받을래?
y:팀리더쉽~(왜냐하면 우리는 세명짜리 작은 팀이니까)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교육날짜가 됐다는거다.
회사를 벗어나 머리좀 식히고 강의시간에 땡땡이좀 치고 그럴 생각이었다.가벼운 마음으로 첫날 교육에 임했다.
나와 k씨,s씨 이렇게 세명은 여유있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댕~~~~~

1.딱 보니 다 아저씨들이다.진짜 아저씨들이다.참고로 k씨는 30살이지만 매우 젊은 축인듯 싶었다.

2.도무지 잠자거나 딴짓하거나 땡땡이칠수 있는 책상 배치가 아니었다.이게 무슨 유치원인가? 엉?

대충 자리를 잡고 수업을 듣게 됐다.강사소개가 있은 후에 조를 짰다.각 조마다 대충 인사를 하고 평균연령을 적어냈다.우리조는 39.2세였다.다른조에 비하면 젊은 편이었다.내가(26세) 아니었다면 42세 정도는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내 바로 앞자리 아저씨는 철강회사 부장님이었는데 47세였다.

강의를 듣는 인원은 17명정도였고 그 중에 소프트웨어회사는 우리뿐이었다.또 우리만큼 규모가 작은 회사도 없었다. 아울러 우리만큼 연령층이 낮은 회사직원들도 없었다.

수업 내용은 경영학에서 리더쉽에 관련된 부분들을 일부 떼어낸것이었다.고등학교 정치경제 수업듣는 기분이었다.차이점이 있다면 군대 훈련소처럼 도무지 쉴틈을 주지 않는다는것, 끊임없이 발표를 시켰다.것도 조별발표를 시키니 미칠 지경이었다.(조별로 패널티가 있었다.술값내기..--;)

이틀때 교육이 끝나갈때쯤 나이차이라는게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었다.
내 나이 26살, 우리회사에선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다.개발자 평균 연령으로 따지면 중간정도다. 여기선, 그러니까 팀 리더쉽 교육을 받는 대부분 중견기업의 과장,부장급에서 봤을땐 무진장 어린 나이다.그리고 이 교육을 받으면서 나이 어린 우리들이 눈부시게 돋보이고 있다는 사시를 깨달았다.정말 별것도 아닌..너무나 상식적인 대답조차도 그 분들은 쉽게 하지 못했다. 강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몰랐을지도, 혹은 알고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튼 강사는 '연신 젊은 사람들이라 역시 달라~'라는 표현을 거듭했다.정말 젊은 사람들이 머리가 빨리 돌아갔기 때문이었을까?

이틀날 저녁에 술자리가 있었다. 탈출을 시도했으나 결국 발목이 잡혔다.
47세되신 그 부장님께서 따라주시는 술도 마시고...진짜 오리지날 아저씨들과의 술자리는 매우 특이한 경험이었다.

연봉을 어떻게 올릴까..우리가 만드는 게임이 잘될까..스톡옵션을 써먹을 수 있을까...회사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주로 나오는 화제다.

그러나 여기선 정년퇴임에 관한것, 자식교육에 관한것, 미래에 관한것이 주를 이루었다.특히 옆자리의 동아연필(모나미 제도샤프 생산)의 간부직을 맡고계신 분의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요는 사오정에 대한 얘기였다.사오정이란 45세 정년퇴임이란 뜻이란다.처음 알았다. 그 분이 이제 사오정의 때가 되었는데...애들은 아직 고교생이고 아직 살날이 평균수명 기준으로 25년정도는 남았는에 일손을 놓으면 어찌 되겠느냐는 것이다.
나에게 물었다.'언제까지 실무 계속 할순 없잖습니까?' 라고...
나는 직접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다.난 어떻게 해야할까? 미래에 난 어떤 모습일까?

외국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국내의 많은 소프트웨어개발자들은 30되기전에 실무를 그만두고 관리자로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직책상 관리자고 직무상 실무자다.의도한다면 직책상 관리자, 직무상 관리자도 될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그렇지만 내 스스로를 보건데는 관리자타입은 아니다.또한 관리업무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우상처럼 생각하던 죤카멕이나 데이빗 커틀러등 한 획을 그은 프로그래머들에 비하면 아직 능력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 더 수련을 해서 그들처럼 되고싶은게 내 목표이다.

'저는 아직 실무를 접을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을 하는게 좋고 아직 배울게 더 많아요.'

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꼭 같은 말을 한다.

'젊을때나 하지..나이들면 머리 안돌아가서 못해요.젊은애들 못당한다니까..'

정말 그런가?

우리팀의 p군은 이제 스물이 되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젊을것이다. 입사초기부터 나와 줄곧 1:1퀘이크를 즐겨왔다.처음엔 핸디캡 50놓고도 이겼는데 차차 올라가더니 지금은 핸디캡 없이도 가끔 나를 이긴다.
이틀전에는 p군에게 3연패인가를 했다.기도 안찼다.
옆에서 진영씨가 한마디한다.

'거봐요..이제 안된다니까..젊은 애들 못이겨요.이제 다른 게임을 찾아보도록 하시오'

내가 나이가 들어 젊은 사람의 감각을 따르지 못해 졌단 말인가?
스스로 느끼기에도 1:1에서 내 전략은 확실히 p군보다 뛰어났다.그럼에도 진것은 전술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당시 내 레일건은 대부분 빗나갔다.가속점프에서도 삑사리가 많이 났다.동물적인 감각을 요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밀렸다.
퀘이크를 하면서..과연 내가 30대,40대,50대 그 이상 나이를 먹을때까지도 프로그래머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밤.3전 2승. 오늘 6전 6승.
노병은 죽지 않았다.--V

나는 확신을 얻었다. 내가 죤 카멕 레벨이 되기전엔 프로그래밍을 관둘수도, 관두지도 않는다. 내가 평생 무술수련을 하기로 맘먹은것처럼, 프로그래밍도 평생 할것이고 그 기술로서 나이에 상관없다는것을 입증해보일것이다.












댓글 '1'

전우

2003.04.03 14:48:41
*.238.38.76

맨아래에 관둘수도 --> 관둘수도 없고...
관둘수도 않는다..라는건 이상하자나~~~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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