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chi's Development Home


쉬고싶다.

조회 수 1891 추천 수 37 2009.02.15 22:12:27
이번 주말은 코드를 한줄도 짜지 못했다.

새로 입사한 팀원이 작성한 눈 이펙트 기능을 엔진에 넣으려고 했지만 코드를 훑어보는 선에서 끝냈다.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사기를 북돋워야 할 입장...이라고 알고는 있고 아마 주변에서도 그런식으로 말을 하긴 할거 같은데.

그러기엔 너무 지쳐있다.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서 회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박같은건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의도했던 목표, [계약금만으로 개발비를 뽑자] 라든가, [안정된 플랫폼을 개발해서 개발비 투자해준 회사에 밥값을 하자] 라는 정도의 목표는 꼭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회사가 버텨줄 때 얘기겠지만.

나도 사람이고, 우리 팀원들도 사람이고, 윗선도 사람이고.

모두가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의 기복이 있고, 스쳐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는것 같다가도 펑하고 터져 버린다.

가끔 귀찮게 하는 외부의 헛소리나 내부에서의 우려는 분명히 잔펀치로 작용한다.

한 두방 맞을땐 모르는데 계속 맞다보면 정신이 핑 돌게 마련이다.

윗선이나 팀원들이에게나 '제발 날 좀 믿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 사항들, 혹은 심사숙고 끝에 그다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은 사항들에 대해서 팀 내부나 외부에서 끊임없이 잔펀치를 날려대면 미쳐버릴것 같다.

신뢰한다 신뢰한다 하면서도 한쪽 편에선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도 날 미치게 한다.

난 이미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미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아무리 얘기해봐야 악영향밖에 주지 못한다.

프로그래머 식으로 얘기하자면,

버그를 몰라서 안잡는게 아니고, 날밤을 새가며 열심히 디버깅을 하고 있는데 쉽게 잡히지 않는거다.

회사에 발 들여놓기 전부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고 게임이란 것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 자신에 대한 압박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해 왔다.

내 생활의 대부분, 심지어 잠잘때 꾸는 꿈조차도 모두 일에다 갖다 부었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도, 이보다 더 잘 할 수도 없다.

의욕도 없고 피곤해.

쉬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


댓글 '2'

2009.02.17 11:04:36
*.134.63.225

팀원간에 갈등에대해서 솔직한 마음을 적으셨군요.

믿음없이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법이죠..

여치

2009.02.24 03:46:45
*.176.255.2

흠/ 코딩하는게 쉬운건 아닌데 사람들하고 툭탁거리는게 코딩보다 짜증은 100배 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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