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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어찌해야하나.

조회 수 1178 추천 수 62 2003.12.03 04:11:54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정도 들만큼 들었고 떨어질만큼 떨어진 이 회사.

내 첫 직장이었다.

98년 12월에 면접보고 99년 4월에 출근하라는 통보 받고 99년 7월1일로 처음 입사했다.

이직률이 높은 이 바닥에서 있을만큼 있었던 셈이다.몇년이지? 만으로 4년 그리고 5개월 가까이 됐다.

입사할 당시에 탄탄한 회사도 아니었거니와 이후의 합병, 업계에서 악명높은 삽질러 정모씨 집권, 몇십억에서 몇백억에 이르는 돈을 까먹으며 그렇게 흘러와 이제 코룸이라는 타이틀에 희망을 걸고 있는게 이소프넷이란 회사다.

신입사원때야 게임만들면 그저 좋고 군대까지 안갈 수 있으니 더 좋고 거기에 월급까지 주니 바랄게 없다 생각했었다. 한 석달 정도는...
제법 머리가 크고 짬밥이 늘어 개길줄도 알게 됐다.내 손에 걸친 일도 많고 나름대로 인맥도 있어 오란데도 제법 있고 온라인 활동으로 약간의 인지도도 얻었다.

이제는 스스로가 회사의 주축이라 생각하고 내 덕에 회사 잘 됐단 소리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경영진 이하 관리자에 대해 신뢰하려고 노력했다.

나 역시 코룸이란 타이틀에 희망을 걸었고 그저그런 월급쟁이로 남기 보다는 대박타이틀의 주역이 되길 원했다. 누구나 생각하는 성공이란 이름의 구름을 잡기를 바랬다. 가능성은 있어보였다.
다소의 불만들은 프로젝트를 바라보며 참아왔다.

그러나...지금 보면...

그 동안 나와 동료들의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경영자와 관리자를 신뢰하지 못한다. 노력의 산물은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체 그저 그런 타이틀로 잊혀질 위기에 처해있다. 설령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다 해도 직원들과 성공의 결과를 공유할 의도는 전혀 없어보인다
.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지나가던 파리가 웃는다. 지금껏 상황을 보면...그리고 비공식적으로 흘러다니는 정보를 들어보면, 바보 아니고서야 어디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어찌되었건 피고용자일뿐이다.

난 회사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명함 팔때도 분명히 프로그래머라 적어달라 했다. 난 프로그램 짜서 먹고사는 기술쟁이다. 내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열심히 해왔다. 내가 가진 스킬을 이용해서, 내가 벌려놓은 일을 이용해서 나도 얼마든지 목소리를 높이고 남을 조지고 나의 이익을 더 꾀할 수도 있었다.

나야말로 이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되길 바랬다. 그래서 내가 나서야할 자리와 나서지 말아야할 자리를 구분하려고 했다.

경영자와 관리자를 되도록 신뢰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거짓말을 그간 너무 많이 해왔다. 내가 바보였나? 너무 순진했나?
내가 인간적인 정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나를 속여먹으려 했다면 정말로, 정말로 어리석은 짓을 했다. 거짓말이란 언젠가 들통나게 마련이고 이후에 속은 자가 복수의 칼날을 갈거란 생각도 할 수 있지 않나?

처음부터 '너히는 피고용자니까 월급 받는대로만 일해라.'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열받진 않을 것이다. 맘에 안들면 그냥 옮겨버리면 그만일테니까.

'너희들이 주인이고 너희들이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따위 국민 교육 헌장에나 나올법한 소릴 읊어대니 나같은 순진한 공돌이는 속아 넘어가 열정을 불태우며 젊은 시절을 키보드와 씨름했던것이다.
애초에 이런 식의 거창한 논리로 사람들을 이용하려고만 안했으면 받는 월급이나 받고 만족했든가 다른 직장을 찾든가 했을텐데...
지금에 와선 더 억울할 뿐이다.

내가 회사에 대해 오해를 한 것인가? 차라리 오해였으면 좋겠다.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 뭔 일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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