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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프리젠테이션.

조회 수 4639 추천 수 123 2003.01.13 00:16:52
일전에 소개한 xbox어쩌고 책을 보면 회사로부터 프로젝트 하나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쇄빠지게 노력하는지 자~알 나온다.

문득 2000년초,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들(나,전우,그리고 하이콤 개발실 직원들)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다.99년 말, 이미 회사는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하고 있었다.그러나 관리자는 극구 부인했고 소문만 무성할뿐이었다.순진한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체 변화를 따라야했다.

이러저러한 얘긴 접어두고...당시 차기 프로젝트였던 코룸4는 완전히 날아갔다.코룸4의 메인프로그래머는 다른 회사로 떠나버렸으며 하이콤 개발실 직원들은 관리자 포함해서 실권을 이미 상실한 뒤였다.

개발실의 총 책임자로 등극한 J씨는...업계에도 악명높은, 무대뽀의 진수를 보이는 과격분자였으며, 또한 끝내주는 사기꾼이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중, 합병한 회사의 분위기라는것을 겪어보신 분이 계실랑가 모르겠다.회사합병에는 항상 합병하는 자와 당하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이는 식민지에 점령군 들어오는것과 비슷하다.실제로 그땐 그랬다.
그들은 점령군이었다.우리는 힘없는 식민지 백성들이었다.모든것이 바뀌어갔고 곧 우리는 그들이 들고온 두가지 프로젝트에 나누어 배치될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말이 같은 회사지 우리들과 그들은 너무 달랐다.도저히 버텨낼수가 없었다.병특이 아닌 이들이야 회사를 뜨면 그만이었지만(그렇다고 그들의 고통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와 전우를 비롯한 병특들은 회사를 뜰수도 없었다.상당히 암담한 현실이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사기꾼 J씨가 제시한 '여러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프로젝트 팀으로 키워줄 용의가 있다.지체없이 들고오라'는 발언에 기초한 것이었다.

우리들은 나름대로의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또 흩어지지 않으려는 방법으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테면 xbox계획을 구체화시키려 했던 ms의 4총사들처럼 말이다.
당시 멤버는 H씨,Z씨,나,전우,R주임 등이었다.
회사는 돈안되는 패키지를 완전히 접을 생각이었고,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계획을 건의해도 무시될게 뻔했으므로 나름대로의 잔꾀를 부렸다.
당시는 DDR발판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우리가 생각해낸것은 엄청나게 보급되어있는 DDR발판과 오락실에서 '하이퍼비쉬바쉬'라는 이름으로 나온 게임의 접목이었다.

2,3개월동안 이 컨트롤러와 단순하고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게임을 수십종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다는 계획이었다.이를테면 박리다매라 할 수 있다.아이디어를 열심히 짜내고 컨셉을 그림으로 그리고 하여 간단한 PT자료를 만들었다.

드뎌 어느날 밤, 간부들이 모인자리에서(간부라고 해봐야 팀장급들) 나와 전우는 인생 첫 PT를 했다.전우나 나나 회사생활 시작해서 처음 해보는 PT였다.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열변을 토하며 프로젝트 진행을 수락해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J씨의 처남이었던 L개발실장은 상당한관심을 보이며 나름대로 자기 아이디어를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우리는 내심 기뻤고 이 사람을 대단한 인물로 생각했다.물론 우리 생각이 전혀...틀렸다는걸 알아채는데는 얼마 안걸렸다.
L씨에 대해 제대로 알게될 무렵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됐다.애초에 우리가 프로젝트 수락해달라고 PT하고 있을 그 당시나 그 이전이나, 그 이후나 그 프로젝트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좀더 정확히는 이미 그들이 들고온 두개의 프로젝트에 배치되도록 정해져있었다.어느 팀에 무슨 역할로 배치될지, 아예 자리배치까지 결정되어있었다.이를테면 공장의 부품정도로밖에는 인식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우리들은 그런 처지였던 것이다.너무도 순진했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회사의 입장은 '일할 사람 많으니 나갈라면 나가라.필요없다' 이런식이었다.

결국 26명정도의 하이콤 개발실 인원중 20명 정도는 회사를 떠났고 병특이었던 나와 전우, 그리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수밖에 없었던 P씨와 K형제들만이 회사에 남게되었다.

2000년 여름 서버 개발팀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P씨, 단 둘이서 팀을 만들때까지, 정말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아무런 희망도 없었기에 더욱 힘들었다.믿었던 우리측 관리자들의 한심한 몰골을 보며 꽤나 실망했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와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파워를 지니고 있다.그때처럼 순진하지도 않다.그 시절이 아니었더만 지금의 우리는 없겠지.

그 힘들던 시절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우연히 한권의 책을 읽고 그 순진했던 시절이 떠 올랐다.아픈 기억이랄지...추억이랄지...잘 모르겠다.아니 아픈 기억이 맞는거 같다.
당시의 우리의 박리다매프로젝트는 지금 타 팀에서 비슷한 컨셉으로 진행하고있다.날아가버렸던 코룸4 프로젝트는 다시금 우리들의 손에서 코룸온라인으프로젝트로 부활하고 있다.

글을 마치려니 정리가 안되는데... 여튼 그런 일이 있었다.

다시 프로젝트 하나 기안해볼까? 이제는 먹혀들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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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여치

2004.01.09 01:13:54
*.212.99.117

2003년도 1월에 쓴 글입니다.게시물 정리하면서 이 곳으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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